현대카드의 새로운 실험
새해 벽두부터 흥미로운 소식이 개발자 사이트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현대카드의 모든 안내문을 파이썬으로 작성하라는 정태영 부회장의 지시가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도대체 식당과 카페의 메뉴까지 파이썬으로 작성하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
if 식당:print("식당안내문")
else:
print("사내 안내문")
혹시 이런 것은 아닌가 하는 우스개소리부터 진짜 개발자라면 이런 짓 안한다. 보여주기식 문화다.
역시 현대는 군대식 문화라서 그냥 하는 거다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식당과 카페의 메뉴까지 파이썬으로 작성하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것은 회사의 변화를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사실 현대카드는 이미 2017년 5월부터 부장, 실장, 본부장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문돌이들이 주류인 금융회사의 부서장급들은 좀 힘들었겠지만 정태영 부회장도 같이 수업을 들으니 대충 넘어 갈 수 없었다는 소문입니다.
현대카드는 왜 부서장들에게 파이썬을 공부하도록 강요하는 것일까요?
사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제 금융업의 본질이 IT 업으로 업의 본질이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2017년 7월 카카오 뱅크가 출범하면서 기존의 시중은행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아직은 시중은행에게도 기회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각종 금융규제와 산업의 미발달로 중국보다 금융업의 IT화가 더딘편입니다.
그래서 현대카드 같은 여신전문금융업이 아직은 큰 타격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리페이 같은 새로운 결제 수단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회사들이 여신을 제공하는 순간 카드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이미 이러한 시도들이 여기저기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리잡는 순간 기존의 카드회사는 공룡같은 최후를 맞이 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카드 뿐 아니라 모든 국내의 금융기관이 IT 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냥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직원들도 기본적인 코딩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렇게 8주간 코딩을 배우는 것이 뭐 도움이 되겠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아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러한 교육이 기술자교육, 개발자교육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로서의 교육은 아니라도 적어도 컴퓨터와 대화하는 코딩이라는 새로운 랭귀지는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새로운 랭귀지를 쓰는 새로운 회사의 축인 개발자들과 대화를 할 수 없는 부서장들은 회사의 바틀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신선한 시도들이 새로운 시각을 기존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불어넣어 주기를 바랍니다.